문학 속 인물 분석

문학 속 인물 분석(18)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는 왜 다아시를 거절했는가?

teemoessay 2025. 7. 6. 07:22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는 왜 다아시를 거절했는가?

– 자존심의 표현인가, 여성 주체성의 선언인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19세기 영국 사회의 결혼 제도, 계급 의식, 여성의 삶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강인하고 지적인 여성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이 있다.

 

엘리자베스는 여성에게 순종과 결혼이 강요되던 시대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며,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판단을 우선시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다아시의 첫 번째 청혼을 단호히 거절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다아시는 부유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이었고, 당시 여성들이 선망할 만한 결혼 상대였지만 엘리자베스는 그의 재산이나 신분이 아니라, 그가 그녀를 대하는 방식과 태도에 대한 진심으로 반응한다.

 

이 글에서는 엘리자베스의 거절이 단순한 감정적 대응이었는지, 아니면 여성의 자존감과 자유 의지를 표현한 선언이었는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엘리자베스의 거절은 감정의 반응이 아니라 이성의 판단이었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청혼을 거절한 장면은 그녀의 감정적 분노뿐 아니라 이성적 판단의 결과이기도 하다.

 

다아시는 청혼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그녀의 가문과 지위를 깎아내리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엘리자베스에게 “당신 가족의 낮은 신분, 누이들의 경박함, 어머니의 무지” 등을 언급하며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이 모든 결점을 넘어서야 했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청혼이 아니라, 시혜적으로 내려준 감정의 시위였으며, 엘리자베스를 ‘받아주는’ 듯한 태도를 동반한다. 엘리자베스는 이러한 태도를 인격적 모욕으로 받아들이며, 다아시의 오만함에 깊이 상처받는다.

 

그녀의 거절은 분노에서 비롯됐지만, 단순한 감정의 폭발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곱씹고,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인식한 후 거절을 선택한다.

 

이 장면은 엘리자베스가 단지 사랑에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하는 인간으로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당시의 시대상에서 이 같은 태도는 대단히 급진적인 여성상에 가까웠다.

 

그녀의 거절은 여성 주체성을 향한 선언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감정과 이성을 따르며, 외적 조건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당시 여성들은 결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거나 가족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특히 다아시와 같은 신분 높은 남자의 청혼은 보통의 여성들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기회였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그 기회를 거부한다. 이 거절은 단지 다아시에 대한 불쾌감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결혼이 타인의 시혜에 의존하지 않기를 바라는 강력한 자율성의 표현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관계, 존중받지 않는 관계는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끝까지 유지한다

 

. 이는 당시 사회가 기대했던 여성상—수동적이고 감정에 쉽게 이끌리며, 남성에게 의존하는—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여성상이다. 엘리자베스는 사랑보다 자존을, 안정보다 진심을 우선시하는 인물이며, 그 태도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존재의 존엄성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결혼을 통한 생존이 아닌, 사랑을 통한 상호 존중과 평등을 꿈꿨다.

 

그녀는 결국 사랑을 선택했는가, 존중을 선택했는가? 

엘리자베스는 소설의 후반부에서 결국 다아시와 결혼하게 된다. 이 결말을 두고 ‘결국 재산과 신분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실제로 그녀가 다아시를 받아들인 시점은 그가 자신의 태도와 편견을 내려놓고 변화했음을 확인한 뒤

 

. 다아시는 처음의 오만한 태도를 반성하고, 엘리자베스의 가족을 돕는 등 실제 행동을 통해 변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엘리자베스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그가 더 이상 자신을 낮춰보지 않으며, 진정한 의미의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사랑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이때의 결혼은 그녀가 처음에 거절했던 청혼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녀는 처음에는 존중받지 못해 거절했고, 나중에는 존중을 확인한 후 사랑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로맨틱한 해피엔딩이면서도, 동시에 자기 주체성을 끝까지 지킨 인간의 관계 맺기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는 타인의 기대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과 가치관을 지켜냈기에 더욱 강한 주인공으로 남는다. 그녀의 결혼은 굴복이 아니라, 평등한 파트너십의 완성이었다.

 

엘리자베스의 거절은 단순한 자존심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자신의 판단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의지였다. 그녀는 조건보다 태도를 봤고, 감정보다 진심을 따랐다. 그녀는 결혼을 통해 살고자 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받고자 했다. 그녀의 선택은 자유의 선언이었고, 결국 그 자유는 존중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