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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인물 분석(13) 히스클리프는 복수심에 사로잡힌 괴물인가, 상처 입은 연인인가?

히스클리프는 복수심에 사로잡힌 괴물인가, 상처 입은 연인인가?– 사랑이 부재한 세계에서 탄생한 비극의 주인공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고전 문학 중에서도 가장 격정적이고, 모호하며,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그 중심에는 히스클리프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사랑과 증오, 열망과 파괴를 동시에 품고 살아가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많은 독자들이 히스클리프를 '복수의 화신', '감정적 폭군' 혹은 '도덕을 초월한 괴물'로 해석하지만, 또 다른 독자들은 그를 '사랑의 상처로 뒤틀린 인간', '버려짐과 배신으로 고통받은 존재'로 바라본다. 이 모순적이고 복잡한 감정의 층위가 바로 히스클리프라는 인물을 단순한 악역이 아닌,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입체적 캐릭터로 만든다. 이 글에서는 히스클..

문학 속 인물 분석(12) 도리언 그레이는 아름다움의 노예였을까, 시대의 아이러니였을까?

도리언 그레이는 아름다움의 노예였을까, 시대의 아이러니였을까?– 욕망의 거울이 된 한 청년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아름다움, 도덕, 자아, 그리고 타락에 관한 깊은 은유로 가득한 작품이다.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는 그림처럼 완벽한 외모를 가진 젊은 청년으로, ‘노화하지 않는 자신의 초상화’를 매개로 영원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대가로 도덕적 타락과 양심의 붕괴를 겪는다. 그는 영원한 젊음을 얻지만,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내면은 점점 붕괴되어 간다. 많은 독자들은 도리언을 ‘아름다움의 노예’로 보며, 외모에 집착한 인물이 자멸하는 전형적인 도덕적 경고로 이해한다. 하지만 작품을 더 깊이 읽다 보면, 도리언의 타락은 단지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19세기 후반 영국 사회의 위선적 도..

문학 속 인물 분석(11) 마담 보바리 vs 안나 카레니나 – 누구의 사랑이 더 절박했는가?

마담 보바리 vs 안나 카레니나 – 누구의 사랑이 더 절박했는가?– 감정과 자유, 그 끝에서 마주한 두 비극의 여성 문학사에서 가장 잘 알려진 두 비극적 여성 인물인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유사한 서사를 공유한다. 둘 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던 중,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며 가정을 벗어나고, 결국 파국적인 결말을 맞는다. 그러나 이 두 인물의 선택과 파멸에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 엠마는 문학 속 낭만주의적 사랑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현실을 부정하며 파멸로 나아가고, 안나는 현실 속에서 강렬한 감정과 인간관계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몰락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점이지만, 그 사랑의 성질, 동기, 절박함의 방식은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