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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인물 분석(16)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는 악인이었는가, 정의를 착각한 지식인이었는가?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는 악인이었는가, 정의를 착각한 지식인이었는가?– 도스토옙스키가 던진 질문: 인간은 어디까지 선을 넘어설 수 있는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단순한 살인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살인을 한 인간’이 아닌, ‘살인을 정당화한 인간’의 내면을 추적하는 철학적 소설이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가난한 대학생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인간의 불평등을 날카롭게 인식하는 인물이다. 그는 “특별한 인간은 평범한 도덕의 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사상 아래, 이자를 착취하는 노파를 살해한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후 그의 내면은 무너지고, 죄책감과 자기정당화, 광기와 구원의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많은 독자들은 라스콜리니코프를 냉혈한 범죄자 혹은 위험한 이상주의자로 해석하지만, 그가 과연 ..

문학 속 인물 분석(15) 데이지의 입장에서 본 ‘위대한 개츠비’

데이지의 입장에서 본 ‘위대한 개츠비’– 그녀는 왜 끝내 과거로 돌아가지 않았는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주로 개츠비의 시선, 또는 닉 캐러웨이의 관찰을 통해 서사가 진행된다. 독자들은 화려한 파티와 신화적인 사랑 이야기를 따라가며, 개츠비라는 인물이 어떻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무너져가는지를 본다. 그러나 정작 이야기의 중심축에 서 있는 데이지 뷰캐넌의 내면은 종종 간과된다. 데이지는 단순히 개츠비의 이상을 대표하는 존재, 혹은 기회주의적인 상류층 여성으로만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을 데이지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서사가 보인다. 그녀는 왜 개츠비가 준비한 ‘완벽한 재회’ 앞에서 주저했는가? 왜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동조하지 않았는가? 이 글에서는 ..

문학 속 인물 분석(14) 멜빌의 ‘배틀비’는 침묵을 택한 저항가인가, 무력한 방관자인가?

멜빌의 ‘배틀비’는 침묵을 택한 저항가인가, 무력한 방관자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 남자가 말한 것들 허먼 멜빌의 중편소설 『배틀비, 서기』는 19세기 미국 문학 속에서도 독특한 존재감을 가진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한 로펌 사무실에서 일하던 서기 배틀비가 점점 일을 거부하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며, 그 침묵 속에서 서서히 말라 죽는 이야기지만, 이 단순한 줄거리에는 인간 존재와 사회, 자아와 저항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이 숨겨져 있다. 배틀비는 반복해서 “나는 그러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아무런 이유나 해명 없이 기존의 업무를 거절한다. 그의 침묵은 단순한 무기력인가? 아니면 체제에 대한 무언의 반항인가? 이 글에서는 배틀비의 태도를 ‘무력한 방관’과 ‘조용한 저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