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 인물 분석

문학 속 인물 분석(20) 이방인의 뫼르소는 비정한 인간인가, 진실한 인간인가?

teemoessay 2025. 7. 8. 07:31

『이방인』의 뫼르소는 비정한 인간인가, 진실한 인간인가?

– 감정의 침묵인가, 진실에 대한 최후의 존엄인가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은 한 문장으로 독자를 충격에 빠뜨린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이 단호하고 건조한 서술은 주인공 뫼르소의 세계관과 인간 존재에 대한 태도를 단번에 드러낸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 여자친구 마리를 만나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뜨거운 태양 아래서 충동적으로 한 아랍인을 살해한다. 이후 그는 체포되어 재판을 받지만, 법정은 살인의 동기보다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그를 ‘괴물’로 몰아간다.

 

이때부터 독자들 사이에서는 뫼르소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된다. 그는 과연 비정한 인간인가? 아니면 거짓 감정을 거부하고, 세상의 위선적인 도덕 앞에서 가장 정직하게 반응한 인간이었는가?

 

이 글에서는 뫼르소가 감정이 없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허위적 감정을 거부하고 진실을 택한 실존적 주체였음을 살펴본다. 『이방인』은 ‘냉담함’이 아닌 ‘정직함’에 대한 문학이며, 뫼르소는 타인에게 이질적이지만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철저하게 충실했던 인물이다.

문학 속 인물 분석 이방인의 뫼르소 감정에 대하여

뫼르소는 감정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거짓 감정을 원하지 않았던 인간이다

뫼르소가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는 사회의 일반적 기준으로 볼 때 ‘비정상’이다. 그는 울지 않고, 슬퍼하지 않으며, 장례식이 끝난 다음 날 평범하게 연애를 즐긴다.

 

그러나 이 반응이 ‘비정함’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는 “나는 엄마를 사랑했지만, 지금 슬퍼해야 할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뫼르소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 아니다.

 

그는 자연의 소리, 햇빛의 열기, 바다의 감촉에 민감하며, 마리를 좋아하고, 감각적으로 세상을 느낀다. 다만 그는 사회가 강요하는 감정의 형식—장례식에서는 울어야 하고, 사람들 앞에서는 슬픔을 연기해야 한다는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그는 거짓을 연기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진짜 감정의 자리를 지키려는 인간이다. 감정을 느끼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며, 뫼르소는 슬픔을 표현하는 대신 묵묵히 받아들인다.

 

카뮈는 뫼르소를 통해 ‘진실하지 않은 감정이야말로 인간의 위선’이라는 점을 고발한다. 그는 도덕적 규범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비정한 것이 아니라, 진심이 없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이방인이 된 인간이다.

 

그는 사회적 규범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규범 자체를 질문한 인물이다

뫼르소가 사회로부터 낯설게 여겨지는 이유는, 그가 그들의 언어와 규범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살인을 저질렀지만, 법정은 ‘왜 어머니의 죽음에 울지 않았는가’를 더 중요하게 판단한다.

 

즉, 이 사회는 도덕의 실질보다 그 형식에 더 집착한다. 뫼르소는 이 위선적인 세계에 대해 아무런 반론도 하지 않지만, 그의 ‘무반응’은 이미 강한 반항이다. 그는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설명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존재하고 죽어가는 것을 선택한다.

 

그는 사형 선고를 받은 후에도 “나는 세상이 나를 무관심하게 대하듯, 나도 세상을 무관심하게 바라본다”고 말한다. 이는 허무주의가 아니라, 인간 존재가 본질적으로 의미 없는 세계에 던져져 있다는 실존적 인식이다.

 

뫼르소는 의미 없는 세상에서 억지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대신, 그 무의미 자체를 받아들이며 존재한다. 그는 사회적 연기자가 아닌, 실존적 행위자다.

 

그는 감옥에서도 고통이나 기도에 의지하지 않고, ‘하늘을 본다’. 이것은 종교나 규범이 아닌, 자기 존재의 실감에 기반한 태도이다. 그는 타인을 기만하지 않으며, 자신조차 기만하지 않는다.

 

뫼르소는 무감각한 괴물이 아니라, 존재의 진실을 감당한 실존적 인간이다

많은 독자들은 뫼르소를 ‘감정을 모르는 괴물’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뫼르소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세상의 냉혹함을 철저히 인식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체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끝까지 자신의 판단을 고수하며, 거짓된 희망이나 종교의 위안을 거부한다. 죽음을 앞둔 뫼르소는 “나는 모든 것이 완전히 다 끝나고, 무의미한 상태에서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고 말한다.

 

이는 삶의 무게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삶의 허위로부터 자유롭고자 한 인간의 선택이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두려움 대신 고요함을 선택하고, “나는 세상의 무관심을 받아들이며, 내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인다”고 선언한다. 이는 오히려 실존적 책임을 끝까지 짊어진 자의 태도다.

 

그는 법정에서 사회의 윤리에 의해 정죄받았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도 윤리적이었다. 그는 어떤 위선도 연기하지 않았고, 타인의 감정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의 죽음은 타인에게는 이방인의 최후였지만, 그 자신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완성이었다. 뫼르소는 침묵했지만, 그 침묵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마지막 존엄이었다.

 

뫼르소는 세상과 어긋난 인간이 아니라, 세상의 위선적 감정과 도덕을 끝까지 외면한 정직한 인간이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슬픔을 연기하지 않았으며, 거짓된 위안도 원하지 않았다. 그의 말 없음은 무관심이 아니라, 삶과 죽음 앞에서 진실하게 존재하고자 한 마지막 인간의 고요한 저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