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 인물 분석

문학 속 인물 분석(33) 매그위치는 죄인인가, 구원자인가?

teemoessay 2025. 7. 21. 12:01

매그위치는 죄인인가, 구원자인가?

『대공망』 속 전과자, 그는 인간적 실패자인가 윤리적 승리자인가

 

찰스 디킨스의 『대공망』은 한 소년이 신분 상승과 실패, 인간성의 회복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 소설이다.

 

핍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한 개인의 성공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빈곤, 계급, 죄와 구원 같은 심오한 주제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특히, 핍의 인생에 결정적 전환점을 가져다주는 인물인 매그위치는 독자에게 복잡한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존재다. 그는 전과자였으며, 소설 초반에는 어린 핍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무서운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러 그는 오히려 핍을 위해 막대한 재산을 몰래 후원한 익명의 후견인으로 밝혀진다. 그의 과거는 사회가 정한 '죄인'의 범주에 속하지만, 그의 현재는 한 인간을 키워내고자 했던 헌신의 결정체다.

 

그렇다면, 매그위치는 정말로 죄인일까? 혹은 과거의 죄를 넘어선 구원자일까? 이 글에서는 그를 단순한 범죄자가 아닌, 복수와 구원의 경계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려 한 비극적이지만 숭고한 인물로 해석하고자 한다.

문학 속 인물 분석 대공망 속 매그위치

죄의 시작은 그의 선택이 아닌, 사회의 구조였다 

매그위치의 범죄는 표면적으로는 그의 개인적 선택이지만, 그 배경을 살펴보면 단순한 도덕적 타락이 아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난, 교육의 부재, 그리고 범죄가 일상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디킨스는 매그위치를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준다. 매그위치는 어릴 적부터 법의 처벌 대상이었지만, 그를 보호하고 교육하려는 체계는 없었다. 법은 그에게 늘 위협이었고, 사회는 그에게 한 번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그가 살아남기 위해 택한 길은 '범죄'였다. 디킨스는 이 인물을 통해 죄가 언제나 개인의 윤리적 결핍에서 기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그위치는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였고, 그가 저지른 일들은 어쩌면 사회가 밀어 넣은 선택지의 일부였을지 모른다. 그는 단순한 나쁜 사람이 아니라, 악의 원인을 몸으로 살아낸 존재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를 ‘죄인’이라 규정하기에 앞서, 그가 어떤 세상을 견뎌야 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는 핍에게 후원자가 되었지만, 동시에 자기 존재의 구속을 풀고자 했다

매그위치가 핍에게 익명의 후견인이 되어 막대한 자산을 물려주는 행위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다. 그것은 매그위치 자신이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세우기 위한 방식이었다.

 

그가 핍을 선택한 이유는 단지 어릴 적 도움을 받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핍은 그에게 세상이 품어줄 수 있는 가능성의 상징이었다. 그는 핍을 통해 자신이 이 사회에 단순한 죄인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완벽히 성공하지 못한다. 핍은 매그위치의 정체를 처음 알았을 때, 경멸과 혼란을 느낀다. 사회적 신분에 매료된 핍은 자신이 고귀한 신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고, 그 기반이 ‘죄수’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매그위치는 이 반응을 이해했지만,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삼았다. 그는 핍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았고, 자신의 존재를 억지로 받아들이게 만들지도 않았다. 매그위치는 복수와 구원의 경계에 선 채, 자기 존재를 조용히 정당화하고자 한 인간이었다.

 

매그위치는 구원을 실천했지만, 사회는 끝내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매그위치는 끝내 체포되어 법정에 서게 되고, 심문과 병환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았고, 핍에게도 당당히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가 죽을 때까지도 사회는 그를 '전과자'로만 기억한다. 법은 그를 여전히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고, 그의 삶이 남긴 선한 영향력은 공식적인 인정도 받지 못한다.

 

그러나 핍은 변했다. 그는 매그위치의 진심을 마주한 뒤, 끝내 그의 병간호를 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킨다. 핍은 이전의 허영심을 내려놓고, 그가 진정 누구로부터 어떤 사랑을 받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 장면은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구원이란 사회의 사면으로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인간 사이의 이해와 연결을 통해 실현되는가?

 

매그위치는 제도적으로는 용서받지 못했지만, 핍이라는 한 인간의 마음 속에서 깊이 구원받았다. 그는 더 이상 죄인이 아닌, 사랑을 실천한 이로서 존재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종종 죄와 벌을 법의 기준으로만 판단하지만, 매그위치는 그것을 넘어선 인간적 도덕의 실천을 보여준다. 그는 실패자가 아니라, 진짜 윤리적 성공에 도달한 사람이었다.

 

매그위치는 법의 잣대로는 죄인이지만, 인간적 시선으로 보면 누구보다 성숙한 구원의 실천자였다. 그는 복수 대신 사랑을 선택했고, 강요 대신 헌신으로 존재를 증명했다. 『대공망』은 매그위치를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군가의 과거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인간은 정말,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