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 인물 분석

문학 속 인물 분석(28) 동물농장의 나폴레온은 독재자인가, 이상을 잃은 혁명가인가?

teemoessay 2025. 7. 16. 12:41

『동물농장』의 나폴레온은 독재자인가, 이상을 잃은 혁명가인가?

– 혁명이 권력이 되었을 때, 이상은 어떻게 파괴되는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명백한 정치적 우화이며,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 체제를 상징적으로 해부한 고전이다. 그 중심에 있는 돼지 나폴레온은 처음에는 동물들이 인간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공동체 혁명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혁명이 성공하고 권력이 손에 들어오자, 그는 점점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타 동물들을 착취하는 독재자로 변해간다. 그 과정에서 나폴레온은 이상을 이야기하는 대신, 현실의 질서를 재편하는 정치기술자가 되어간다. 이 글에서는 나폴레온이 단순히 독재자에 불과한 존재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이상과 거리가 멀었던 권력 추구형 인물이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동시에, 혁명이 어떻게 자기 이상을 잃고 권력 유지로 전환되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나폴레온이라는 존재가 어떤 상징적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살펴본다. 그는 진정한 독재자인가, 아니면 이상이 왜곡된 끝에 타락해버린 혁명가였는가?

문학 속 인물 분석 동물농장 속 나폴레온

나폴레온은 처음부터 이상을 말하지 않았던 현실주의자였다

『동물농장』 초반에서 이상을 선도하는 인물은 나폴레온이 아니다. 노령 돼지 올드 메이저가 제시한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구호가 동물들의 의식을 깨우고, 스노우볼이 구체적인 정책과 혁명 전략을 설계한다. 반면, 나폴레온은 행동보다 전략과 권력에 관심을 둔다. 그는 어린 강아지들을 따로 데려가 자신만의 사병으로 훈련시키고, 혁명의 초기부터 권력 집중을 위한 준비를 조용히 진행한다. 이 점에서 그는 이미 ‘혁명의 이상’이 아니라, ‘혁명을 통한 권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스노우볼이 교육, 토론, 문해 활동 등을 강조할 때, 나폴레온은 그런 절차를 회피하거나 무력화한다. 이는 오웰이 말하는 정치적 현실주의자의 전형이다. 그는 말로 이상을 외치기보다는,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는 방법에만 집중하는 전형적인 실리주의자다. 따라서 나폴레온은 이상을 잃은 혁명가가 아니라, 처음부터 이상보다는 권력의 실현을 추구한 ‘혁명 내부의 독재자’로 이해될 수 있다.

 

나폴레온의 독재는 혁명의 실패가 아니라, 권력의 본질을 드러낸다 

혁명이 성공한 뒤 나폴레온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그는 스노우볼을 축출하고, 모든 결정권을 자신과 소수 돼지들에게 집중시키며, 점차 공포정치를 가동한다. 이는 단순한 권력의 확장이 아니라, 혁명이 내세운 평등이라는 이상이 어떻게 ‘권력이라는 수단’ 아래 종속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나폴레온은 공공연히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다른 동물들에게 거짓 기억을 심어주며, 심지어 과거의 기록까지 조작한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는 혁명의 구호는 결국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도 좋다"로 변형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모순이 아니라, 이상이 권력 유지의 도구로 전락했음을 상징한다. 나폴레온은 개인의 악의로만 이해될 수 없다. 그는 체제 자체가 가진 권력 집중의 논리 속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움직인 정치적 주체다. 오웰은 나폴레온을 통해 이상이 현실 정치 속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파괴되는지를 경고하며, 혁명 이후에도 ‘권력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냉혹한 진실을 보여준다. 나폴레온은 이상을 버린 것이 아니라, 이상을 제거한 권력의 형상화다.

 

나폴레온은 혁명가의 탈을 쓴 정치 기술자였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나폴레온은 인간들과 다시 교류하며, 결국 인간과 동물의 경계까지 무너뜨린다. 동물들은 창문 너머에서 인간과 나폴레온을 번갈아 바라보지만, 그 둘의 차이를 더 이상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단지 독재의 고발이 아니라, 혁명 자체가 완전히 전복되었음을 상징하는 결정적 장면이다. 나폴레온은 이제 더 이상 혁명가가 아니다. 그는 그 혁명을 통해 권력을 획득한 뒤, 그 권력으로 자신만의 체제를 구축했고, 그 체제는 혁명 이전의 억압과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는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행동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 유지와 체제 강화만을 목적으로 했던 정치 기술자였다. 오웰은 나폴레온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상 없는 혁명의 말로가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는 인간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방식 자체를 받아들인 존재다. 나폴레온은 독재자가 맞다. 하지만 단순한 폭군이 아닌, 이상의 언어로 시작해 이상을 폐기함으로써 독재를 정당화하는, 이중적인 독재자다. 그는 실패한 혁명가가 아니라, 이상을 수단으로 삼은 냉정한 권력가였다.

 

나폴레온은 이상을 잃은 혁명가가 아니다. 그는 애초에 이상을 도구로 삼았고, 권력을 목적으로 한 인물이었다. 『동물농장』은 그를 통해 이상의 언어로 포장된 독재의 위험, 그리고 혁명 이후에 더 견고해진 권력의 본질을 폭로한다. 나폴레온은 혁명의 실패가 아닌, 혁명이 권력화될 때 어떤 얼굴을 가지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