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 인물 분석

문학 속 인물 분석(1) 햄릿은 왜 복수의 타이밍을 끝까지 미뤘을까?

teemoessay 2025. 6. 29. 21:20

햄릿은 왜 복수의 타이밍을 끝까지 미뤘을까?

– 셰익스피어 문학 속 가장 인간적인 망설임에 대하여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은 인간의 내면과 도덕, 복수,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긴 작품이다. 수많은 독자와 연구자들은 햄릿이 왜 아버지를 죽인 클로디어스를 바로 죽이지 않고 계속해서 망설였는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제시해왔다. 누군가는 햄릿의 성격적 우유부단함을 원인으로 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가 철학적 고뇌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햄릿의 망설임은 단지 심리적인 약함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확신할 수 있는 시점까지 결정을 유보한다. 그리고 그 유보는 결코 소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는 내면에서 수없이 자기 자신과 싸우며, 올바른 정의가 무엇인지 묻고 또 묻는다. 햄릿이 복수를 미룬 이유는 곧 인간이 진실과 윤리 사이에서 겪는 충돌과 방황, 즉 삶의 본질적인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햄릿의 복수 지연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해보려 한다.

문학 작품 햄릿의 인물 분석

진실을 확신하지 못한 햄릿의 불안과 합리성 

햄릿이 복수를 망설인 첫 번째 이유는 ‘진실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유령은 나타나 클로디어스가 자신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햄릿은 그 유령이 진짜 아버지인지, 혹은 악마가 햄릿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그는 단지 누군가의 말에 의존하여 살인을 결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자신이 행하는 복수가 정의로운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잘못된 믿음인지 스스로 증명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연극을 통해 클로디어스의 반응을 관찰하고, 범죄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 과정에서 햄릿은 단순히 감정에 휘둘리는 복수자가 아니라, 이성과 논리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결국 그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짜인가?”라는 의심을 극복하지 않고는 결코 칼을 들지 않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인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고자 하는 내면의 불안을 그대로 반영한다.

 

복수와 죄 사이에서 고뇌하는 철학적 인간

햄릿은 복수의 정당성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인물이다. 단지 클로디어스를 죽인다고 해서 정의가 실현된다고 믿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복수를 통해 얻게 되는 감정적 해소보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또 다른 죄를 낳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대표적인 장면은 햄릿이 클로디어스가 기도 중일 때 그를 죽이지 않기로 결정하는 장면이다. 겉으로는 “기도 중에 죽으면 그의 영혼이 천국에 갈 것이므로 복수가 완전하지 않다”는 이유를 대지만, 사실 이 장면은 햄릿이 ‘죽음을 통해 악을 정리하는 방식’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이 악을 단죄하는 순간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결과적으로 스스로가 또 다른 죄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러한 고뇌는 셰익스피어가 햄릿이라는 인물을 통해 단순한 비극의 영웅이 아닌, 인간의 도덕과 종교, 윤리와 감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는 철학적 인간으로 그려내고자 한 의도를 보여준다. 햄릿은 칼을 들기까지 자신이 믿는 정의가 신의 뜻과도 일치하는지를 끊임없이 검토하고 있었고, 그 과정은 인간이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치열한 고뇌의 결과였다.

 

햄릿의 복수에 대한 망설임은 나약함이 아닌 인간성의 증거

많은 독자들이 햄릿의 망설임을 우유부단함 혹은 결단력 부족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인간이 중요한 선택 앞에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이유는, 그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햄릿은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재혼, 친구들의 배신, 연인의 죽음을 모두 경험한다. 그는 비극의 한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그 어느 누구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유지하려 애쓴다.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정당화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경계한다. 복수를 통해 감정의 응어리를 해소하는 대신, 그는 감정을 억제하고 상황을 분석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한 태도는 겁이나 나약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죄와 정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만 행동하려는 내면 윤리의 발현이다.

 

햄릿의 고통은 단순히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왜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인간다운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성급하게 답하지 않는다. 햄릿의 망설임은 인간이 이성, 감정, 윤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자, 진정한 자기결정의 실현이다.

 

복수가 완성된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

햄릿은 결국 클로디어스를 죽이지만, 그 장면은 승리의 순간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어머니를 잃고, 오필리어를 잃고, 친구를 잃고, 자신마저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칼을 들게 된다. 복수는 이루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다.

 

햄릿의 복수는 이성적으로 계획된 것도, 감정적으로 폭발한 것도 아니다. 그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파국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결과일 뿐이다. 셰익스피어는 이 장면을 통해 복수가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복수는 감정을 정리해주는 수단일 수는 있지만, 인간의 삶을 회복시키는 방식은 아니다.

 

햄릿은 정의를 실현했지만, 그 대가로 인생 전체를 잃는다. 햄릿이라는 인물은 독자에게 “복수란 무엇인가?”, “진실을 안다고 해서 반드시 행동해야 하는가?”, “죽음으로 해결되는 정의란 진짜 정의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결국 햄릿의 복수는 성공이라기보다는 비극 그 자체였으며, 인간이 복잡한 윤리와 감정 속에서 끝내 무엇을 택하게 되는지를 깊이 사유하게 만든다.

 

햄릿은 복수를 단순한 살인의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진실을 확인하고, 윤리적 갈등을 극복하고, 감정과 이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 끝에 복수를 실현했다. 그러나 그 복수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인간의 비극이었다. 햄릿은 문학사에서 가장 인간적인 복수자이며, 그 망설임은 나약함이 아닌 치열한 인간성의 증거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