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스트』의 리외는 냉정한 의사인가, 시대의 양심인가?– 절망의 시대에 침묵하지 않는 인간의 윤리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전염병이 창궐한 알제리의 오랑시를 배경으로, 인간이 부조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주인공 리외는 그 속에서 평범한 동네 의사로 등장하지만, 전염병이 도시를 삼키는 순간부터 누구보다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한다. 그는 공포에 무너지지도 않고, 영웅적인 선언을 하지도 않으며, 단지 ‘자기 일’을 할 뿐이다. 하지만 이 ‘자기 일’이라는 것이야말로, 카뮈가 말한 실존적 윤리의 핵심이다. 그는 죽음을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페스트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도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환자를 돌보고, 감염된 사람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