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 인물 분석

문학 속 인물 분석(32) 이아고는 타고난 악마인가, 사랑을 잃은 인간인가?

teemoessay 2025. 7. 20. 12:51

이아고는 타고난 악마인가, 사랑을 잃은 인간인가?

『오셀로』의 가장 완벽한 악인, 그는 진짜 악이었는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단순한 질투의 비극이 아니라, 인간 심리의 복잡한 구조와 사회적 권력, 인종, 계급 문제까지 함께 다룬 입체적인 비극이다. 이 작품에서 오셀로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중심적인 인물은 이아고다.

 

그는 극 전체를 움직이는 설계자이며, 대사 대부분이 그의 의도와 전략에서 비롯된다. 많은 독자와 평론가들은 이아고를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가장 완전한 악인’으로 평가해왔다.

 

실제로 그는 거짓말과 조작, 유혹과 배신을 통해 여러 인물을 파멸로 이끌며, 마지막에는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퇴장한다. 그렇기에 그는 ‘동기 없는 악’으로, 또는 ‘악의 화신’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로 이아고는 타고난 악마였을까? 이 글에서는 이아고를 단순한 악인의 범주에 가두지 않고, 배제와 상실, 사랑의 왜곡 속에서 생겨난 복합적 존재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그는 인간 관계 속에서 밀려난 채 복수와 권력으로 살아남으려 한 한 인물이며, 그 안에는 우리가 외면해온 인간적 결핍이 자리하고 있다.

문학 속 인물 분석 오셀로의 악인 이아고

이아고는 왜 오셀로를 파괴하려 했는가? 

이아고는 오셀로가 자신을 중위로 승진시키지 않고, 대신 캐시오를 임명한 일에 대해 강한 분노를 드러낸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는 승진에 대한 불만을 가진 군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분노는 단지 계급 문제를 넘어선다.

 

오셀로는 흑인 장군으로서 백인 군대 내에서 성공한 존재이며, 동시에 데스데모나라는 귀족 여성을 아내로 맞이한 인물이다. 이아고는 오셀로의 존재 자체가 ‘자신이 될 수 없는 모든 것’을 상징한다고 느낀다. 그에게 있어 오셀로는 이방인이면서도 권력을 갖춘 자이며, 사랑을 얻고 신뢰를 받는 인간이다.

 

반면 이아고는 체계에 철저히 순응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재가 주목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했다는 깊은 결핍감을 내면화한 인물이다. 그는 사랑받지 못한 자의 분노, 사회적 주변인의 절망을 오셀로에게 투사한다.

 

이아고가 파괴하고자 한 것은 단지 오셀로 개인이 아니라,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삶에 대한 복수였으며, 그것은 이성과 윤리의 작동을 초과하는 감정적 폭발이었다.

 

그는 사랑을 상실한 인간이었고, 그 상실이 악이 되었다

이아고의 아내 에밀리아는 극 속에서 중요한 진실을 밝혀내는 인물이지만, 작품 내내 이아고는 그녀를 무시하거나 조롱한다. 그러나 그 냉담함 이면에는 진심으로 신뢰하거나 사랑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한 인간의 내면적 고립이 존재한다.

 

에밀리아는 그에게 충성하지만, 이아고는 그녀를 '도구'로 대하며, 진정한 감정적 관계를 맺지 않는다. 이아고는 세상을 신뢰하지 않으며, 모든 관계를 이용하거나 통제의 대상으로 본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의 상처, 사회 속 배제, 혹은 애정 결핍의 반복 속에서 형성된 방어기제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사랑이 배신당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고, 그 불신은 그를 점점 인간적 연결에서 분리된 존재로 만든다. 데스데모나와 오셀로의 사랑조차 그에게는 거짓으로 보이고, 그것을 무너뜨려야만 자신의 시선이 정당화될 수 있었다. 이아고는 결국, 사랑을 믿지 못하는 인간이 만든 파괴의 결과이며, 그 악은 타고난 본성이 아니라 상실과 불신이 축적된 감정의 구조물이었다.

 

그의 악행은 증오의 산물이 아니라, 깊은 고독에서 피어난 비틀린 갈망이었다.

 

 이아고의 침묵은 악의 승리가 아니라, 인간적 파산의 증거다 

극의 마지막, 오셀로가 파멸하고 데스데모나가 죽은 뒤에도, 이아고는 자신의 동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겠다"는 그의 선언은 오래도록 독자에게 공포를 안겨주었고, 많은 해석자들은 이 침묵을 ‘동기 없는 악’의 증거로 보았다.

 

그러나 이 침묵은 오히려 스스로 자신의 파괴 행위조차 정당화할 수 없다는 내면적 파산의 고백일 수 있다. 그는 말할 수 없다. 아니, 말할 언어를 상실한 것이다. 이아고는 모든 계획을 완성했지만, 그 결과는 그 자신조차 감당할 수 없는 인간적 폐허였다. 그는 승자가 아니다. 그는 오셀로와 함께 파괴되었고, 남겨진 것은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자기’뿐이었다.

 

그의 침묵은 악의 미스터리가 아니라, 인간의 윤리와 감정, 관계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남는 공허의 상징이다. 이아고는 악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악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잃고 인정받지 못한 존재가 끝내 ‘사랑 자체를 파괴함으로써’ 존재의 복수를 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 끝은 승리가 아니라, 이름 없는 고립의 지옥이었다.

 

이아고는 단순한 악마가 아니었다. 그는 사랑받지 못하고, 신뢰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 존재로서 세상을 파괴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 『오셀로』는 이아고를 통해 묻는다. 사랑을 잃은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그 상실은 악으로만 남을 수 있는가? 이아고의 악은 우리 안에도 잠재된 인간적 고통의 일면일지도 모른다.